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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讚美 ⓒ 뫄님 새카만 밤을 푸른 전파가 가득 채웠다. 휴대전화기 너머로 낮은 목소리가 유이의 이름을 몇 번 읊조리듯이 부르더니, 이내 작게 웃음을 지으며 새근거리는 숨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잘자, 유이. 생일 축하해. 시간은 자정, 3월 29일의 시작을 알리는 미츠야의 목소리와 함께 유이는 잠 속으로 말려들어 갔다. 生의 讚美 전날 맞춰둔 알람 시계 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눈을 뜬 유이가 잠시 이불 속에서 눈을 깜빡거리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해가 뜨고 있는 건지, 얇은 커튼 너머에서 주홍색 빛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잠시 누워서 더 잘지, 아니면 일어나서 학교 갈 준비를 할지 갈등하던 유이가 머리맡을 더듬어 휴대전화기를 잡았다. 충전기에 연결해둬서 방전되지는 않았지만, 전화하다가 잠들어서 그런지 폴더로 된 전화.. 2024. 3. 30.
청춘찬미 ⓒ 뫄님 하여튼, 내 구급상자는 제대로 쉬는 날이 없어. 유이는 작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책상 아래에 있는 파란 상자를 꺼냈다. 붉은색 십자가가 딱 박혀있는 상자의 반투명한 뚜껑 너머에는 수많은 약품이 질서정연하게 정리되어있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책상 아래 한구석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이 구급상자는 종종 다쳐서 돌아오는 치후유를 위한 것이었다. 미츠야와 사귄 후부터는 치후유를 위한 구급상자이자 미츠야를 위한 구급상자가 되어버렸지만. 둘 다 다치는 빈도가 만만치 않아서, 처음 샀을 때에 비해 훌쩍 줄어든 흔적이 있는 구급약품들을 가만히 바라보던 유이가 다시 한번 한숨을 뱉었다. 이걸 산지 아직 두 달 정도밖에 안 됐는데, 벌써 이만큼이나 줄어들다니. 그만큼 그녀의 주변 사람들이 많이 다친다는 증거처럼 느껴.. 2024. 3. 4.
夜愛 ⓒ 뫄님 “절대로 안 돼.” 미츠야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한 표정을 짓고 유이를 바라보았다. 초롱초롱하게 눈을 뜨며 기대에 부푼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 단호한 거절을 내뱉은 혀가 까끌까끌했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었기에 철회할 수는 없었다. 세상의 별을 전부 따달라고 하면 차라리 나았으리라. 적어도 별을 따기 위한 노력이라도 할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유이는 별을 따달라는 것보다 더 어려운 부탁을 하고 있었다. 적어도 미츠야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다른 것도 아니고, 집에서 자고 가고 싶다니. 아무리 사귀는 사이라고 해도 남자의 집에서 잔다는 것에 대한 어떠한 위기감도 없는 것 같아서 조금 걱정되기도 했다. 아니, 사귀는 사이니까 더 조심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러나 유이는 그런.. 2023. 12. 10.
인사 (뫄님 커미션) 페양&파칭 하야시다 하루키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밥을 먹기 위해 도시락을 열다가 손을 멈춘 그가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항상 밥을 같이 먹는 료헤이가 옆에 앉은 것은 너무나도 당연스러운 이야기고, 가끔 합류하는 미츠야가 앞에 앉은 것 역시 어느 정도 익숙한 일이었다. 그런데 미츠야의 옆에 앉은 유이는 익숙하기보다는 낯선 풍경에 가까워서, 그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료헤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인지,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결국 서로에게서 정답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다시 유이에게로 시선을 돌린 하루키가 집게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키며 물었다. 질문의 대상은 그의 의문.. 2023. 1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