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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앞에 ⓒ Mol님 2023. 9. 12.
낭만 실종 사건 (뫄님 cm) 유이의 집에 가서 그녀의 부모님을 뵙고 온 지 어언 삼 일을 넘긴 시점. 미츠야는 헤어질 무렵에 한 약속 때문에 말을 꺼낼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평소라면 헤어진 날 오자마자 말을 꺼냈겠지만 지금까지 그저 기회만 노리고 있는 이유는 그가 아직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꽉 막힌 집안은 아니라서, 여자친구가 있다고 해서 꾸중을 하거나 타이르지 않을 거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조금 부끄러웠다. 대부분의 십 대 남자아이가 그러하듯, 미츠야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가족에게 말할 때 아무렇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허송세월 시간을 보내며 있을 수도 없어서, 말할 타이밍만 노리며 기다리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하지.. 2023. 9. 3.
길, 우주, 가로등 (뫄님 cm) 아, 또다. 노을이 질 무렵, 유이를 집에 데려다주던 미츠야는 불안하게 돌아가는 눈동자를 주시하며 속으로 읊조렸다. 티를 안 내려고 하는 건지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꽤 오랜 시간 동안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녀를 봐온 사람으로서 눈치채지 못할 리가 만무했다. 평소에는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집으로 향했는데, 이상하게도 요즘의 유이는 집에 가까워질수록 긴장하고 주변을 살피며 눈치를 보다가 집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급하게 헤어짐을 고했다. 그들이 조금이라도 얕은 관계이거나 신뢰가 부족했다면 마음이 식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되기에는 미츠야가 유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그만큼 그녀를 신뢰하고 있었다. 유이는 마음이 떠난 상대와.. 2023. 9. 3.
일상 ( ⓒ 뫄님) 01. 홍실 저기 미츠야. 유이의 부름에 그가 문제집을 향해 수그리고 있던 고개를 치켜들었다. 시험을 며칠 남기지 않은 어느 날, 유이와 미츠야는 스터디를 빙자한 카페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물론 만나서 공부를 하고 있기에 스터디도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서로를 만나기 위한 핑계였기에 데이트나 다름이 없었다. 유이가 미츠야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붉은 실 이야기 알아?” 유이의 입에서 세간에 흔히 알려진 미신이 튀어나온다. 얼마 전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기라도 한 건지, 흥미로 반짝이는 눈동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인 사람들은 붉은 실로 이어져 있다는 이야기?” “맞아! 얼마 전에 책에서 봤는데, 너무 로맨틱하지 않아? 붉은 실로 이어진 .. 2023.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