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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뫄님) 새 나라의 어린이는 전부 잠들었을, 고요한 어느 밤. 미츠야는 여느 때와 같이 루나와 마나를 잠자리에 눕힌 후 집회를 위해 신사로 향하던 참이었다. 최근 도쿄 만지회의 구역에서 얼쩡거리는 신생 폭주족 때문에 하루가 멀다하고 집회가 열렸고, 미츠야는 대장으로서 불참할 수 없었기에 열리는 집회마다 꼬박꼬박 참석해야만 했다. 물론 도쿄 만지회의 창립 멤버이자 대장으로서, 도쿄 만지회에 대한 애착이 있었기에 불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집회에 참석하지 않게 되면 불안할 것이다. 소수의 몇 명을 제외하고는 도쿄 만지회는 대부분이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였기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이루어지고, 어떤 결론이 날지 예상할 수 없었다. 차라리 조금 피곤해지더라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는 것.. 2023. 7. 2.
靑春消失 (뫄님 커미션) 靑春消失 :: 청춘소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차가운 바람이 뺨을 날카롭게 스치고 지나간다. 순식간에 붉어지는 코와 볼이 겨울의 추위를 짐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유이는 손에 쥐어진 핸드폰 화면을 힐끗 바라보았다. 2018년 1월 10일. 딱딱한 글씨로 쓰인 날짜가 눈에 들어왔다.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신년 휴가 덕분에 한동안 집에서 쉬던 유이는 오랜만에 출근을 하기 위해 따듯하고 안전한 집에서 벗어나 회사로 향해야 했다. 회사에서 할 일과 오랜만에 만날 상사를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에 언제나 품고 사는 사직서가 떠오르다가도 금세 현실에 납득해 착실히 출근을 위해 한 발자국씩 걸음을 옮긴다. 그래, 돈은 벌고 살아야지. 물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 2023. 6. 24.
전화 (뫄님cm) 서늘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는 어느 겨울, 차갑게 녹아내리는 그 끝 무렵을 걷는 사람들은 마냥 신나고 즐거운 듯 보였다. 사람들이 파도처럼 출렁이며 움직였고, 각자의 삶에 열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더없이 안정적으로 보였다. 그런 계절 속에서, 미츠야는 진지한 기색으로 유이의 손을 붙잡고는 불안정을 언급했다. 최근 도만이 여러 항쟁을 하면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압박이 많다고, 일반인인 너를 건드리지는 않겠지만 혹시 모르니 조심하라고. 그러한 이야기를 한껏 걱정이 어린 투로 건네며 유이에게 몇 번이나 조심할 것을 당부하면서도 안심이 되지 않는 건지, 미츠야가 그녀를 잡은 손에 약간의 힘을 더 주었다. 맞잡은 손이 떨어지면 큰일이라도 생길 것처럼. 그런 그의 모습에 유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몇 번이나.. 2023. 6. 4.
겨울, (뫄님cm) 약간은 쌀쌀한 어느 가을. 푸른색으로 빛나며 여름을 그리던 나뭇잎은 어느새 붉은 단풍이 되어서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미식의 계절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지 달콤한 향이 거리를 꽉 채웠고 아주 덥지도, 그렇다고 아주 춥지도 않은 날씨에 사람들은 집에서 나와 여유를 즐겼다. 유이는 발걸음을 느릿하게 옮기며 지나가는 길에 있는 단풍을 운동화로 쓸었다. 부스럭 소리를 내며 갈색 단풍이 조각조각 나뉘어서 부서진다.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바스러지는 단풍의 비명은 어딘가 쓸쓸한 구석이 있어서, 가을을 체감하게 만들었다. 유이는 느지막하게 따라오는 그림자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살짝 올려서 나란히 선 미츠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주 잠깐의 순간, 눈이 마주치며 그의 얼굴에 웃음이 머문다. 그.. 2023. 5. 12.